비둘기가 새대가리?

written by 뻬호
아무거나· 2018. 8. 20. 19:11

「88올림픽 때 풀어놓은 비둘기가 닭둘기로 진화하였다.」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닭둘기



초점없고 멍청해 보이는 특유의 눈빛 때문에


비둘기는 지능이 매우 낮다는 선입견이 박혀있다.


뉴질랜드 오타고대학과 독일 루르대학 연구팀은 비둘기가 영장류를 제외하고 철자를 구분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첫 사례라면서 실험 과정 및 연구 결과를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다.

기존에 개코원숭이가 인간의 철자를 구분할 수 있다는 연구가 진행됐다. 연구팀은 비둘기를 놓고 기존 개코원숭이에게 진행했던 것과 똑같은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네 마리의 비둘기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비둘기 앞에 화면을 나오게 한 뒤 일련의 훈련을 시켰다.

word, time 등 네 개 철자의 단어가 나오면 비둘기가 단어를 부리로 쪼게 했다. 하지만 'URSP'등 네 개의 철자지만 아무 의미없은 단어가 나오면 철자 대신 별 모양의 기호를 쪼도록 했다. 그 결과 네 마리 비둘기에게서 26~58개 단어까지 단어를 찾아내는 능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닭둘기들은 영장류 이외의 동물 중 철자구분능력이 입증된 유일한 종일 정도로 머리가 좋다.


모든 조류 중에서 비둘기만이 이것을 해낼 수 있었다.


화면 속 대상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많은지 가려내는 실험을 하고 있는 비둘기. [윌리엄 바데르 빌레트]


꿀벌부터 코끼리까지, 동물들은 사물의 양을 구별할 수 있다.

하나보다 둘이 많고, 둘보단 셋, 그리고 하나보다 셋이 많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원숭이는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숫자 감각을 지니고 있다. 엘리자베스 브래넌 미국 듀크 대 심리학 및 신경과학 교수팀이 1998년 발표한 유명한 연구에서 영장류는 수에 관한 추상적인 추론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졌다.


이 연구에서 하나에서 넷까지의 수 사이에 어떤 것이 큰지를 알아내는 훈련을 받은 붉은털원숭이는 배우지도 않은 수, 예컨대 다섯과 아홉 가운데 어느 쪽이 큰지를 알아냈다. 수에 관한 추상적 규칙을 안다는 얘기다.


비둘기가 하나에서 셋까지를 크기 순서로 배우는 데는 1년이 걸렸다. 원숭이보다 훨씬 긴 기간이었다. 하지만 다음 단계의 실험에 들어간 뒤 연구자들은 깜짝 놀랐다.


비둘기들은 하나에서 셋까지만 배웠는데도 하나에서 아홉 가운데 하나의 수를 포함한 두 개의 꾸러미를 어느 조합으로 제시해도 평균 70%의 정답률로 맞췄다. 하나와 아홉처럼 두 수 사이의 격차가 큰 문제일수록 정답을 맞추는 확률도 높았고 응답 시간도 짧았다. 붉은털원숭이에서도 밝혀진 현상이다.


이처럼 비둘기가 배우지도 않은 수에 대한 추상적인 규칙을 알아낸다는 연구결과에 대해 붉은털원숭이 연구 책임자인 브래넌은 '사이언스 나우'와의 인터뷰에서 "원숭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는데 비둘기도 그런 능력이 있다니 더 인상적"이라며 "두 연구 결과는 두뇌 조직이 완전히 다르고 수억년 동안 다른 경로로 진화한 두 동물이 비슷한 방법으로 문제를 풀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숫자 감각도 영장류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2월 이라크에서 집비둘기를 판매하는 14살 소년이 AI에 감염된 것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 뒤 숨졌으나 AI 바이러스인 H5N1가 발생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집비둘기가 집단사한 사례가 없다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야생동물 질병 전문가인 그레이스 맥로플린이 말했다.


USGS 산하 국립야생동물건강센터의 야생동물 질병 전문가인 렉스 손도 "집비둘기는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조지아주 애선스에 있는 미국 농무부 산하 사우스이스트 가금류 연구소가 90년대 말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홍콩에서 가져온 고병원성 H5N1 바이러스를 함유한 액체를 집비둘기 주둥이에 뿌렸으나 비둘기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


실험에 사용된 H5N1 바이러스 양은 자연 상태에서 야생 조류가 만날 수 있는 바이러스의 100∼1천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질병저항력도 굉장히 높다.


자연상태의 1천배에 해당하는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퍼부어도 감염되지 않는다.


야생에서 비둘기가 조류독감에 걸려서 집단 폐사한 사례는 없다.


비둘기의 높은 지능과 극강의 면역력을 기반삼아 인간세상에 빠르게 적응하는 중이다.


(야생동물이 도시에 정착해서 산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진화했다는 증거이다.)



다시는 비둘기를 무시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