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등신이 되는 마법의 촬영법

written by 뻬호
지식· 2017. 6. 14. 19:30

「」


강양은 오늘 김군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자신을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어젯밤 미리 미백기능이 있는 마스크팩을 하고 보습크림을 충분히 발라둔 덕분인지 오늘은 화장이 잘 먹네요.

다행입니다. 화장이 떠버리면 개쪽이거든요. 

화장은 김군을 위해 최대한 청순하고 두껍지 않게 합니다.

 

 "음 오늘 나 좀 예쁜데?"


메이크업이 잘되니 기분이 좋아 신들린 드라이질을 구사하게 되네요.

머리도 이쁘게 잘되었습니다. 

강양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옷장의 옷을 침대 위에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거울 앞에서 이옷 저옷을 대봅니다.


 "이건 너무 짧은가? 음 이건 좀 많이 파인것 같은데.. 아 뭘 입지? 미치겠긔.."


강양은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다 결국 한시간만에 맘에 드는 코디 구성을 찾습니다.

 

자 이번엔 백을 고를 차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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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을 만난 강양은 오늘 자신의 모습이 참 맘에 듭니다. 

김군도 오늘따라 자신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 같아요.

 

강양은 멋진 곳에 간 김에 준비해둔 DSLR을 꺼내 김군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합니다.

찰칵, 찰칵, 찰칵


오늘 사진은 완전 모델포스 작렬할것만 같습니다. 

집에 가서 싸이에 올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자꾸 웃음이 나오는군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온 강양, 씻지도 않고 컴퓨터에 사진 파일부터 옮깁니다.

기대되서 안달나고 미칠것만 같거든요.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사진을 확인한 강양의 두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립니다.


사진을 보니 머리는 크고 다리는 짧고.. 비율이 완전 호빗돋아요.

얼굴이 아무리 이쁘고 옷이 맘에 들어도 이따위 비율로는 어디 올리긴 커녕 누가 볼까 두렵습니다.


'내 비율이 원래 이따위였단 말인가..'

 

 





사진을 찍고 났더니 거울로 본 것보다 훨씬 머리크고 키가 작아보였던 이런 경험, 여러분들도 많으실겁니다.

정말 당신의 비율이 엉망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렌즈의 둥근 곡면이 상의 왜곡을 일으키기 때문이랍니다.

렌즈의 특성상 원근감이 과장되거나 렌즈 외곽이 퍼지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찍게 되면 호빗 돋기 십상이거든요.


하지만 이러한 렌즈의 특성을 미리 파악만 해둔다면,

반대로 우리가 이 왜곡을 이용해 모델처럼 변신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부터 그 비법을 설명드리죠.


우선 렌즈의 두가지 특성을 알기쉽게 그림을 보며 이해해 보겠습니다.



 

 

 

우선 1번 그림을 보시면 고양이들이 각기 다른 크기로 배치 되어있습니다.

이것은 렌즈 외곽으로 갈수록 상이 확대되는 왜곡을 표현한 것입니다.

고양이들의 크기가 전부 같고,

촬영자로부터의 거리 역시 모두 같다고 가정했을 때

가운데 있는 고양이가 제일 작게 보이게 되고 가장자리에 있는 고양이가 제일 크게 보이게 됩니다.

단체사진을 찍을때 제일 바깥쪽에 서있는 분이 뚱뚱해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다음 2번 그림은 광각렌즈의 원근감 왜곡을 표현한 것입니다.

보통 디지털카메라나 DSLR에 번들렌즈로 쓰이는 렌즈들은 18mm 정도의 광각입니다.

이러한 렌즈들의 경우 렌즈로부터 거리가 가까울수록 더욱 커지고, 거리가 멀수록 더욱 작아집니다.

 

 

아직 이해하기 어려우시다구요?

아래 사진과 함께 보시겠습니다.

 


1. 렌즈에 꽉 차게 찍은 경우입니다.

이렇게 찍을 경우 실제 모습보다 머리와 발은 커지고 몸은 작아지게 됩니다.

어려울 것 없어요. 고양이표 대로 보시면 됩니다.

 

 

 

2. 발을 중심에 놓고 머리를 렌즈 윗쪽 가장자리에 놓은 채 찍은 사진입니다.

고양이표대로 다리는 짧아지고 머리는 커지네요. 

 



3. 이번엔 머리를 렌즈 중심에 놓고 다리를 가장자리에 놓았습니다.

오 이런, 엘프가 되어버렸군요.




4. 이번엔 원근감 왜곡입니다.

박스의 모양처럼 가까울수록 커지고 멀수록 작아지는군요.

육안으로도 원근법칙은 적용되지만 광각렌즈의 경우 두배로 뻥튀기 시켜버립니다.

 

 


5.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찍은 경우입니다.

다리가 길어지고 상체와 머리는 작아집니다.

 

이제 어떻게 찍어야 할지 대충 감이 오시죠?

 

자 이제 재밌는 시도를 해보겠습니다.




비율로만 따지자면 거의 12등신은 되고도 남겠습니다.

이건 어떤 왜곡을 이용한걸까요?

 

 


바로 두가지 왜곡을 한꺼번에 적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너무 로우앵글로 찍을 경우

얼굴은 안보이고 턱만 보여 사진 자체가 부자연스럽게 되죠.

 


가장 좋은 방법은 3번 사진입니다.


  


정면에서 찍되 머리를 중앙에 오게 하는것이죠.


인물 위쪽으로 남는 공간은 어떻게 하느냐구요?

 

 


이렇게 잘라버리면 그만입니다.


이렇게 하면 앵글과 여백 인물 모두 자연스러우면서도 좋은 비율의 사진을 얻게 됩니다.

 


아래 예제를 좀 더 첨부하겠습니다.

 



이 사진의 경우  조금 더 복잡하게 응용을 한 케이스입니다.

허리를 L자로 꺾어 상체를 더 작게, 다리를 더 길게 강조했습니다.




너무 왜곡된 사진들만 보여드리는 것 같아 자존심 차원에서 원래 비율을 공개합니다. ㅋㅋ

 


아무튼, 이러한 두가지 광각렌즈의 왜곡 특성만 이해한다면

더이상 호빗으로 변신하는 경험은 하지 않으실 겁니다.

 

 

하나 더, 원근감 왜곡을 이해하고 있다면 얼굴 사진을 찍을때도 응용해 볼 수 있습니다.

 


가까운것은 더욱 크게, 먼것은 더욱 작게 만드는것이 광각렌즈의 원근감 왜곡입니다.


이렇게 렌즈에 얼굴을 들이대고 찍으면 눈코입은 아주 커지고 광대나 턱은 아주 작아져

입체적인 얼굴이 됩니다.




반대로 렌즈의 줌을 당겨 망원으로 만들면 광대와 턱이 커지며 얼굴이 평면적으로 보이게 됩니다.

사실 이게 실제 얼굴이라 할 수 있지만,  사람의 육안으로 본 경우에도 원근감의 왜곡은 존재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얼굴이 훨씬 커보이고 어색하게 느껴지게 되죠.


 


핸드폰 카메라로 여성분들이 곧잘 하는 얼짱 각도라는것도 이러한 렌즈의 왜곡특성을 잘 활용한 예입니다.




하지만 남성에게 적용할 경우, 같은효과를 얻을수는 있지만

어깨가 좁아져 체구가 왜소해 보이게 되고

자칫 잘못하면 소년(?)같아보여 유약한 이미지로 비칠 수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체구의 크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조명이 얼굴사진에 미치는 영향을 말씀드릴게요.

아래는 각기 네가지 다른조명으로 촬영한 제 얼굴 사진입니다.


(가까이 촬영해 원근감의 왜곡이 적용되었습니다. 나이가 어려보이는 장점도 있어요.)



조명에 따라 인상은 물론 얼굴의 입체감, 크기마저 달라져 보입니다.


한국 남성을 가장 돋보이게 해줄 조명은 제일 오른쪽에 적용된 상단 스팟 조명입니다.


이 조명은 서구인에 비해 높지 않은 코를 돋보이게 해줄 뿐더러

눈은 들어가고 이마는 나오고 턱을 갸름하게 보이게 해 작고 입체적인 얼굴을 만들어줍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조명이기도 하죠.


 

하지만 인물사진을 찍는데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고양이와 박스입니다.


조명과 함께 고양이와 박스 이론을 이용한 전신사진 찍기를 시도한다면 정말 모델처럼 보이는것도 가능합니다.



  

다시한번 고양이와 박스,

잊지 마시고 모두들 엘프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