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드는 것

written by 뻬호
좋은 글· 2018. 5. 2. 19:00

「방송중에 홍은희를 울린 시.」



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 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안도현의 간절하게 참 철없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