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시 모음 #2

written by 뻬호
좋은 글· 2017. 5. 25. 20:30

「내 마음속 폐허에도 벽난로는 따뜻하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 - 빈센트 반 고흐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신상이 벌겋게 달라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황지우의 뼈아픈 후회



사랑했잖아

네가 그랬고 내가 그랬잖아

그래서 우리는 하나였고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어 했잖아

 

난 너를 보고 있을 때도 좋았지만

네가 보고 싶어 질 때도 좋았어

재미있고 아름다웠고

 

꼭 붙잡아 두고 싶던 시간을 보낸 거 같아

네가 정말 소중했었어

그래서 잘 간직하려고 해

 

너를 보고 있을 때도 좋았지만

네가 보고 싶어질 때도 참 좋았으니까


원태연의 괜찮아, 안녕중에서



사랑이 깊어 질수록 

그와는 멀어지도록 노력하라

조그만 새장으로는 새를 사랑할 수 없다

새가 어디를 날아가더라도 

당신 안에서 날 수 있도록

당신 자신은 점점 더 점점 더 

넓어지도록 하라

 

내가 그대에게 차마 하지 못한 말들

그 안타까운 마음들이 모두 모여 

북쪽 밤하늘의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별이 되었다는 사실


강타의 별의 고백 가사, 이정하의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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